어제 아침이다.
2023년 4월 10일 기온 13-28도로 아침에는 적당한 온도였다.
날씨는 맑다.
약속이 있었다. 이후에 올릴 포스팅을 준비하기 위해서 어디를 방문하여야 한다.
오전 8시에 보다나트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하였다.
아침 6시반경에 타멜에 있는 집을 나섰다.
타멜에서 가까운 라인차우르촉(좌표 27.716964, 85.315991) 버스 정류소에서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들이 연신 들어왔다가 승객들을 태우고 나가곤 하고 있다.
라인차우르촉에서 보다나트 근처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 나라얀고빨촉(좌표 27.740005,85.337125)에서 갈아타야 한다.
카트만두는 포카라에 비하여 시내버스 시스템이 조금 못한 것 같다. 환승하기 위해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제법 멀다. 잘못 내리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버스에 올랐다. 지난번에 나라얀고빨촉에서 못 내리고 한참을 가서 내렸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하는데 차장이 왜? 의아해하는 눈빛이다. 그 눈빛이 '좀 더 있어야 나라얀이야'라는 눈치임을 알지 못했다.
지나쳐 내리지 않기 위해 지도를 계속 보고 있었음에도 한 구간 전에 내려 버렸다. 나라얀 정류소가 갈림길(촉) 근처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내린 곳이 나라얀고빨촉 정류소로 착각한 것이다. 환승지점까지는 약 1.3km 정도나 된다.
어쩔 수 없다. 걸어서 갈 수밖에. 걸어가는데 짧은 거리가 아니다. 다행하게도 약속시간은 충분한듯 했다.
그래도 늦을 수 있어서 오른쪽 도로가로 건너가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언제 나라얀촉이 나타나나 하고 휴대폰을 연신 쳐다보며 걷다가...
그때 눈앞의 강렬한 커다란 붉은 글씨를 보고야 말았다.
"We support Ukraine" (사진은 없다. 삭제 당했다)
아니 네팔이 어째서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가지지?
이건 글거리다.
그놈의 블로그글을 쓴다고 하면서 생겨버린 글거리 찾기에 나도 모르게 감염되어 버렸던 거다.
휴대폰을 급히 카메라모드로 변경하였다.
한 컷, 두...
옆에서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어렴풋 들린다.
...컷...
뒤에서도 고함 같은 큰소리가 들리는가 했다. 순간! 나와는 관련 없는 소리겠지 생각한 시간은 0.001초
헐레벌떡 군인이 뛰어 온다.???
아뿔싸... 이게 뭔 상황인거지??? 뭔가 잘못되었다.
군인 한 명이 울타리 안으로 안내한다. 울타리 안에는 대문 옆에 초소 같은 게 있다. 그때에야 앞 건물에 붙어 있는 글자를 보았다.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엠버씨 .. 이런 제길... 왜 하필이면 내가 걷는 길에 유에스엠버씨가 있는 거냐???
그럼 네팔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얘기가 아닌 것이로구나? 상황 파악 끝.
그 초소 안에 다른 한 명의 군인이 A4지의 4 등분된 크기 (A6?) 크기의 종이를 들고 있다. 아마도 초소의 선임인가 보다. 그의 옆에도 한 명이 더 있다.
신분증을 보여 달란다. 여권을 가지고 있을 리가... 숙소에 두었지. 휴대폰에 저장된 여권 파일을 보여 줬다.
여기 뭐 하러 왔냐, 어디 사냐, 사진은 왜 찍었냐, 전화번호는 뭐냐, 숙소 이름이 뭐냐, 등등등...
조그만 A6 양식에 영어로 적었다가 네팔어로 적었다가 난리도 아니다. 벌써 잘못 기록한 종이가 서너 장째 구겨 진다.
상황파악 하는 동안 살짝 당황했던 나보다 정작 이 불쌍한 경비 군인들이 몹시 당황했는가 보다. 제대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나야 뭐 그곳이 대사관인지 뭔지 관심도 없다. 그러니 문제 될 게 없는 거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강렬한 글귀 주인이 네팔인 것으로 착각하여 "뭐? 네팔도 우크라이나를???" 하며 한장 남기자! 했을 뿐이니까.
겨우 마지막에 한 장을 완성하고는 후임? 에게 쥐어주며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쯤 되니 돌아가는 게 훤히 그려진다.
잠시 후에 군인 복장이 아닌 유에스국기가 어깨에 부착된 경찰복장? 의 조금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네팔사람이 웃으며 다가온다. 보고서에는 당연하게도 내 국적이 Korea라고 적혀 있었다. "걱정 마세요"라는 말에 "걱정은 안 해요 약속시간이 늦을까봐 그러지"라고 속으로만 떠올렸다.
그런데 이 분이 다시 새로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비슷한 문서를 벌써 다섯 번 정도를 적고 있는 거다. 약간 지루함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우리 대사관에 전화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살짝 (엄포?) 떠 봤다. 정색을 한다. "아니 아니요. 금방 끝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보내드릴게요." 네팔에서는 잠시가 잠시가 아니다. 죽죽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잠시'가 죽~늘어난다. 한데 이번엔 진짜였다. 일, 이분이 되었을까. 되었다고 웃으며 감사하다면서 가시라 한다.
네 참 이 일 때문에 오전 7시 9분부터 7시 30분까지 근 20분이 지체되어 버스를 타고서는 약속시간이 늦겠다. 급히 나라얀고빨촉을 우측으로 돌아 환승지점으로 왔다. 버스들이 서 있는 옆에 택시들이 세워져 있고 기사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있다.
약속지점까지 얼마냐 물으니 7백 루피를 달라한다. 나는 흥정을 길게 하지 않는다. 바로 300을 불렀다. 다시 기사가 500을 부른다. 더 이상 피곤하게 할 필요가 없다. 여기는 대로변이다. 다른택시를 타면 된다. 바로 돌아섰다. 버스들이 서 있는 곳 가까이 가서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무슬림이다. 무슬림들이 대체로 정직하다(이 글귀때문에 또 유에스에이에게 찍힐라). 약속장소까지 400에 간다 한다. OK.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5분. 가까스로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지인과 약속 장소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8시 58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9시에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전화기의 붉은색 응답거절 표시를 터치했다. 같은 번호로 전화가 다시 걸려 온다. 다시 응답하지 않고 내가 전화하겠다고 짧게 문자를 보냈다. 잠잠하다. 짐작에 경찰이거나 요원? 이거나 아니면 잘못 걸려온 전화겠지.
숙소에 돌아왔다. 블로그 글에 댓글들을 정리하는데 티스토리가 좀 이상하다. 혹시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누가 내 작업을 들여다보나? 피곤한지 블로그글들을 정리하다가 불을 켠 채로 잠이 들었다. 요즘 평균 보행수가 1만 4천이 넘어가니 그럴 만도 하다.
4월 11일, 오늘은 외출하지 않았다. 할 일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계속 과로에, 다니며 먼지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어제저녁에는 목감기 기운이 있었다. 저녁도 먹을겸 타멜거리로 나간 김에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다. 오늘은 괜찮다.
블로그 댓글에 인사말을 적다가 점심시간을 살짝 지나쳤다. 내려가보니 주인 가족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계신다. 쳐다보며 달밧? 하고 달밧을 먹을것이냐 묻는다. 예 달밧.
내가 평소에 앉는 건물 밖 정원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 있다. 키 큰 서양인이 나를 등지고서.
??? 못 보던 친구다.??? 혹시 나를 감시???
요원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것도 보세요"나는 유에스에이 또는 국민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내가 스파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 2023년 4월 기준 ---
* 버스요금:
라인차우르촉-나라얀고빨촉: 20루피
나라얀고빨촉-보다나트 : 30루피
* 택시는
기본요금은 짧아도 300루피정도이고
대충 80~100루피/km당 정도 잡으면 된다.
예로 4km 이면 300루피
2km도 300루피
5km 는 400루피 정도
네팔에서는 택시요금을 흥정 할 수 있다. 달라는대로 다 주면 '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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