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0일 저녁이다.
먼지 많은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목감기 기운이 있다. 그냥 두었다간 출국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 밤을 그냥 넘기면 영락없이 감기몸살에 드러누울 것 같다.
열이 나면 공항에서 출국하기가 어려워진다.
어서 약이라도 사 먹어야 하겠다고 나섰다. 타멜거리에 약국이 많으니 나가 보자.

약국을 찾아다니는데 한*사*이라는 식당이 보인다.
잘 되었다. 신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감기 기운을 좀 몰아내보자. 들어가는데 여느 네팔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과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꾸며져 있다고 할까. 안에는 살짝 가든느낌이 나게 조성되어 있다. 일하시는 분들도 제법 많다.
손님들도 꽤 벅적인다. 거의 네팔인에 외국인과 더러 한국인들이다.

혼자인 덕에 밖은 멋쩍어서 안으로 들어가 빈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을 받으러 오신 분에게 주인이 한국분이냐 물으니 네팔인인데 부인이 한국분이라 한다.
그럼 음식은 다른 식당보다 낫겠군.
메뉴를 볼 것도 없다. 신라면을 먹으러 왔으니...
그래도 몇 장 들춰봤다. 짜장면 짬뽕은 700루피다. 한국의 가격과 비슷하다?
계란신라면을 주문하는데 차는 뭐로 할 거냐 묻는다.
메뉴를 들춰봤더니 가격이 상당하다. 그냥 찬물이나 달라했다.

잠시 후에 라면이 나왔다.

그런데 물은 컵에 담긴 물이 아니다. 병에 든 물이다. 생수인지 정수한 물인지는 모르겠다. 포장에 식당의 상호가 영문으로 박혀 있다. 한*사*이라고...
오랜만에 보는 라면이라 반가운 마음에 젓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는데 이런... 안 익었다. 아주 반숙만 되어 있다. 면발의 중심이 하얗다. 덜 익은 게 눈에도 보인다. 이것 먹고 탈 나는 게 아닌가 싶어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손님이 많아 직원들이 경황이 없는데 내가 혼란을 더해주고 싶지는 않다. 손님이 많으니 그럴 수 있다. 대충 어떻게 먹어보자. 그래도 대충 먹고 있으니 반 정도를 먹었을 때 쯤 국물의 온도 덕에 더 이상 덜 익은 느낌은 없다. 먹는 동안 뜨거운 국물에 다 익은 거다.
어쨌거나 맛있게 잘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신라면이 맛은 있었다.
일어나서 계산대로 갔다.
왜서??? 계란이 애드온에 물값이 100루피 란다.
아니 물값이 왜 이리 비싸???
한화로 물값이 천 원.... 더 좋은 물인가?
구멍가게에서 같은 크기의 생수는 20루피다. 무려 다섯 배다. 이거 실화냐?
아무튼 잘 치르고 나왔다. 마시던 물이라 물병은 들고 나왔다. 숙소에 와서 보니 물병에 가격이 50루피라고 적혀 있다???
이 식당에서만 판매되는 물이겠지. 상호가 적혀 있으니. 100루피에 판매하면 가격은 왜 50이라 적은 건데???
다른 곳도 이런 지는 모른다.
한국인에게만 이렇게 파는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은 카트만두의 타멜에 있는 한*사*이라는 식당에 가시면 50루피라고 적혀있는 물을 100루피에 마실 수 있다.

약국에서 기침이 난다 했더니 이 물약을 준다.
목도 아프다 하니 알약도 추가다.
덕분에 11일 아침에 감기기운은 말끔하게 가셨다.
( 2023년 4월 15일에 식당의 해명을 조금 추가합니다)
오늘은 2023년 4월 14일, 내일 카트만두를 떠날 것이다. 오늘은 무지 바쁘다.
버스로 이동 중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떠나기 전에 점심을 같이 하자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한다. 나는 그 지인을 만나러 오전 10시경부터 약 30분 정도를 기다리며 문자를 드렸었다. 한참 동안 대답이 없어서 다음 일정을 위해 버스로 움직이고 있던 참이다.
아직 점심 전이고 타멜에 있다고 했다. 오토바이로 30분 안에 올 테니 기다리라 한다. 문자와 전화로 통화하는 동안 타멜 입구 라인차우르촉에 내린 후이다. 알겠다고 구글맵의 현 위치를 공유해줬다.
30분 후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다. 현 위치 사진을 보내왔는데 내 위치랑 약 500미터가량 차이가 있다.
아... 위치 공유하는 법도 포스팅 해야겠다.
잠시 기다리라 하곤 찾아갔다. 그 문제의 한식당 근처다. 지인은 외국인이다. 이 지인이 워낙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다시 한식당을 가잔다. 타멜에는 한식당이 꽤 많이 있다. 제일 가까운 '소풍'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나도 처음이다. 들어가는데 밖에서부터 손님이 많다. 들어가다가 돌아 나왔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다. 마지막 점심에 좀 조용한 곳을 가자고 했다.
한식당... 어쩔 수 없다 다시 그 한*사*으로 가자.
들어갔는데 지인이 좋아한다. 정원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있고 한옥 울타리 담장처럼 돌담에 기왓장이 올려져 있다.
자리에 앉은 후에 직원 한 분이 주문도 하지 않은 그 문제의 물병을 또 가져온다. 지인이 놀랜다. 왜 주문도 하지 않은 물을? 잘 되었다. 물어보자.
이게 가격이 50루피라고 적혀 있는데 왜 100루피를 받나요?
"예 이 물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 파는 것이라 50루피라고 적혀 있지만 100루피에 팔고 있습니다."
??? 상호가 적혀있고 소매가격도 적혀있는 물을 다른 곳에서 가져왔다고 가격은 더 붙여서???
도매로 가져오면 가격이 더 저렴해지는 것 아닌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더 달라면 줘야지...
대신에 식당의 해명이므로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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