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곳, 한국인들에겐 친숙하게 들리는
'사랑'에, 언덕이라는 의미의 '곳'이 붙어있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한국인들이 부르는 별명인 줄 알았다.
아니다.
곳을 top of the mountain이라 하길래 산꼭대기인 줄 알았다.
'곳'은 여러 곳의 지명에 보인다. 향자곳 뿜디곳 아말라곳등. 옛날에 요새가 있던 곳 들이다.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사랑곳은 Kaski 왕국의 요새로 알려져 있다.
좌표는 28.245816, 83.94853 이다.
사랑곳의 맑은 날 360도 파노라마는 장관이란다. 정상에서 북쪽을 향해 보면 가장 왼쪽의 다울라기리에서 시작하여 안나푸르나 남봉, 1, 2, 3, 4봉 및 마차푸차레 등 산군이 보인다. 허나 운이 좋아야 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오르는 것은 괜찮다. 비가 온 뒤가 아니라면 일출 이후에는 스모그로 가득한 희뿌연 허공만 보다 온다. 요즘의 포카라는 그렇다.
'사랑'은 무슨 의미일까.
주위의 네팔 분들에게 물어봤다. '사랑'이 무슨 말이에요?
모른다.
주위의 식당, 길거리, 호텔등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시원하게 알겠다고 하는 이가 없다.
모르는 것은 뒤로 하고 일단 올라나 가 보자.
2023년 2월 23일 오전 10시 25분경 최고기온 24도 최저기온 10도,
구름 많지 않은 맑은 날씨다.
할란촉에서 버스를 타고 제로(제로킬로미터)로 향한다.
제로에서 혹시 곧장 사랑곳으로 가는 버스가 있나 물으니 박룽버스파크에서 갈아타란다.
10시 55분 여기는 박룽버스파크다.
사랑곳행 버스가 많지는 않다. 그곳 마을이 작으니 당연한 일이다. 버스에 올라 30여분을 기다리니 출발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11시 30분. 기다리는 동안 버스는 가득 찼다.
박룽버스파크에서 출발한 버스는 큰길로 나오자마자 좌회전하여 골목길로 들어선다. 버스는 구불구불 잘도 올라간다. 옆 창가 자리에 한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작고 기다란 북을 손에 들고 계신다. 마덜(마달)이라는 이 북을 평소에 연주하신다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네팔의 전통 북이다. 사랑곳에 사시는 분이다.
혹시 사랑곳의 '사랑'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물었다. 역시나다.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30분가량 올라가더니 사랑곳 버스 정류소에 멈춘다.
12시 정각이다. 길가에 사랑곳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있고 가게들이 보인다.
젊은 두 분이 앞서 가고 있다
자 이제 편안히 천천히 걸어보자
대기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가기 직전이 페와호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이라 한 장 촬영해 본다.
위로 올라갈수록 페와호와 포카라 시내는 점점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올라가자 한 건물의 대문 격인 길가의 바나나나무다. 이건 찍어야지.
사랑곳 버스정류소에서 약 10분 정도 올라가면 건물 사이로 보행이 겨우 가능한 지름길이 나온다.
약간 으슥하여 남자분이거나 일행이 있다면 이 골목 지름길로 올라갈 수 있다. 약 3~4분 정도가 단축된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찻길로 올라가는 것도 좋다. 차이는 많지 않다.
이 지름길을 지나쳐 조금 더 올라가니 앞에 가던 두 청년이 보인다. 사랑곳에 여행을 왔다. 한 친구는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다. 2-3년 가량 배울것이란다. 이 청년 들에게도 사랑곳의 '사랑' 이 무슨 뜻이냐 물었다. 모르고 있다.
그렇게 청년들과 이야기하며 몇분 정도를 가니 저 앞에 케이블카 도착지가 보인다.
호텔로 보이는 큰 건물들도 있다.
거의 다 왔다. 저 쪽 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길이 180도 정도로 휙 굽었다.
굽은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더 이상 들어갈수 없게 흙과 돌 무더기가 쌓여 있다. 언덕의 정상이다.
전망대는 공사 중이라 입장불가다.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저 밑 큰 건물 옆에서 내려오라고 손짓을 한다.
아랫쪽인데 저곳이 전망대인가 하고 내려왔더니 힌두신전이다.
전망대가 폐쇄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신전 옆에 파란색 울타리에서 포카라 시내방향 시야가 트여있지만 대기가 흐리다.
인터넷에는 맑은 날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요즘엔 포카라가 항상 맑지는 못하다. 이런 사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몇 장 담았다.
페와호는 겨우 보인다.
북쪽 안나푸르나 방향의 모습. 아래에 헴자에 있는 따시뺄킬 티베탄캠프가 보인다. 오른쪽 아래 붉고 큰 건물이 싸꺄 빼마쩰 사원이다
파노라마로 담았다. 희뿌연 게 별 볼품이 없다.
언제 날씨가 맑은 날 다시 올라올까. 요 아래 호텔로 옮겨볼까 잠시 여러 생각이 스친다. 그래 내려가면서 점심식사도 할 겸 한번 보자.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보니 케이블카 도착지로 하얀색의 지붕 없는 케이블카가 들어오고 있다.
조금 더 내려와서 건물들이 모여있는 식당가의 한 곳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슬슬 배가 고프다. 숙소도 같이 운영하는가 보다.
식당은 제일 꼭대기 4층이다.
남서향 쪽으로 한 장을 남긴다.
아래로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페와호 방향으로도 한 장을 담아본다.
날씨가 맑은 날은 참 좋겠다.
숙박료를 문의하니 아래 레이크사이드의 거의 두 배다.
그냥 내려가자. 괜한 욕심인가 보다.
사랑곳의 의미나 물어보자. 사랑곳이 무슨 뜻이지요? 역시나 곳은 산 꼭대기를 말한다는데 '사랑'은 칼 창 같은 전투용 무기 일 것이라 한다. 아마도 '곳'이 옛날 왕들의 거주하던 요새, 성채이고 주위의 '곳'과의 전투가 심심치 않게 있어서 그렇게 추측한다고 덧붙인다.
과연 그런 의미일까 내려가서 직접 찾아봐야 하겠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조금 더 내려가니 어떤 분이 "안녕하세요"라 한다. 맞인사를 하니 바로 앞으로 내려가면 지름길이라고 알려준다.
이 지름길이 아까 올라올 때 사진에 있는 골목길과 통하는 길이다. 이 길로 내려가보자.
금세 아랫길과 만났다. 조금 더 내려와 사랑곳 버스정류소 조금 못 미쳐 왔을 때 우측 사랑곳 정상이 포카라 시내로 흘러 내려오는 곳에 게스트 하우스가 하나 있다.
저 곳에서는 맑은날 꽤나 전망이 좋을것 같다.
다 내려왔구나. 저 100여미터 앞으로 사랑곳 버스정류소가 보인다
정류소 가까이 오니 구멍가게 앞에 앉아 계시던 분들이 방금 버스가 지나갔다고 알려주신다.
버스시간이 안 맞다면 지나가는 택시, 행글라이더차량등을 잡아타면 된다. 박룽 버스파크까지 100루피면 된다. 내가 안 타면 그냥 내려가야 하는 차 들이다. 2023년 3월 기준이다.
다행스럽게 바로 택시 한 대가 빈차로 내려갈 모양이다. 400루피를 부른다. 나는 알고 있다 100루피가 로컬가격임을...
400에 안 간다니 밀고 당기고 할 것도 없이 바로 100루피다.
박룽버스파크까지 내려온 후 버스로 숙소에 돌아왔다.
며칠 후에 숙소에서 시내에 마떼빠니곰빠라고 있다고 추천해주신다. 한번 가보자.
사무실에 노스님이 한 분 앉아 계신다. 사원의 웹사이트를 소개해주신다. 웹사이트 주소에 saarang이라고 적혀있다.
잘되었다. 사랑곳의 의미를 여쭤보자. 사랑의 의미는 모르시겠다 한다. 곳의 의미도 확실하지 않아 마체푸차레의 꼭대기도 '곳'이냐 질문했더니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산꼭대기 중에 '곳'인곳과 '곳' 아닌 곳이 어떻게 다르냐 했더니 설명하여 주신다.
모든 산꼭대기를 곳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소 양등 가축이 올라가 놀 수 있는 장소만 '곳'이라 부른다.
내려온 후에 사랑이 무슨 뜻일까 검색을 해봤다. 네팔어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고 네팔 동쪽 지방 얌푸어에 '발'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럼 네팔어에 영향을 주었을 산스크리트에는 어떨까. '해, 달, 점박이사슴'이다.
힌디어에는 '작은 현악기, 특출난, 찬란한, 금빛, 대지, 점박이사슴'
또 다른 네팔어로 피난처, 신의 의지처라는 의미가 보인다.
종합하여 추측하면 1. 의지처, 피난처
2. 해 또는 달, 찬란하게 빛나는 대지
3. 점박이 사슴
정도가 아닌가 한다.
사랑곳 의미 찾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한다.
혼자 여행하시거나 택시 대중교통등을 이용하여 사랑곳을 찾으실 분들을 위해 할란촉-사랑곳-할란촉의 kml 파일을 올려놓았다.
이 파일을 내려받은 후 파일을 터치하여 맵스미 또는 산길샘등에서 보기 하면 경로가 지도에 표시된다. 이 경로를 따라가자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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